'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우선,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 구사, 표현들에 끌렸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의 문장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내가 수도없이 겪은 '가위눌림'을 글로 표현함이,
딱 내 느낌 그대로를 더도 덜도 아니게...
거기서, 와우~ 역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내용면에선, 살짝 아쉬움이?
무라카미 하루키도 늙는구나?  등등
의문부호가 자꾸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의 평을 찾아봤다.
에이~ 그정도는 아닌데... '실망'까지야...
 
사실, 읽는 내내,
공감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주인공과,
다음엔, 주변인들 하나하나와,
나중엔, 작가와...
그래서 술술 읽어 나갈 수 있었고, 뒤가 계속 궁금했다.
중간중간 책을 덮고, 잠시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명확하게 이유를 밝히지 않은 부분들,
( '이야기를 끝내지도 않고 책이 끝나버렸다' 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독자들도 있다 )
그것 조차도 공감이 됐다. 
 
「 쓰쿠루, 우리가 우리였다는 거,
절대로 헛된 일이 아니었던거야. 」 
 
이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인생을 살아보니,
과거의 지난 일들 중에 이유없는 것은 없는거 같다.
좋았든 나빴든 존재의 이유가 있는거고,
그래서 지금의 나인 거고,
현재도, 미래도 내게 올 것이 오는 것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야 하는 것...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너도 나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 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살아남은 인간으로서의 책무...
수많은 재해와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이라,  
더더욱 그 책무가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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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때 별명이 '보름달'이었다. 
별명이었다기보다,
내 소꿉친구의 오빠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나에게,
"명숙이는 좋겠네~ 하늘에 친구가 떠 있어서~~" 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니,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그야말로,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같은 느낌...

읽는 내내, 웃음을 짓게 만들더라.
코믹해서가 아닌,
우리 사는게 알고 보니, 웃을 일이 많은 거더라고.

신경숙의 소설답지 않게?
가볍게 후다닥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짧은 소설이다. 

요즘 복잡한 생각이 많았어서 그런가,
다 읽고 나니, 왠지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어떤 전문가의 조언 섞인 말보다,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표지 그림이 예쁜, 양장본의 < 빨간머리 앤 >
어렸을 때, TV 만화로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다. 
근데, 성장한 앤의 모습이 어땠더라? 라는 궁금증에,
유튜브에서 찾아 봤다. 

 

와우~ 훈남으로 성장한 '길버트'와 숙녀 '앤'의 모습이 달달하다. 
어린 '앤'이 나오는 편도 두어편 봤다.
옛날 만화라, 향수가 느껴진다. 좋다~ 

 

아는 이야기를 뭐하러 또 읽을까 싶겠지만, 
고전 소설은 가끔 한번씩 다시 읽고 싶게 한다. 
고전 소설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그 속에 있는 울림의 문장들,
어떤 것은 현재의 나에게 와 닿기도...
어떤 것은 예전에는 와 닿았다고 표시해 둔 것이,
지금은 그닥 와 닿지 않는 것도...
그리고, 
와 닿는 문장이 점점 적어지는 현상.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이 점점 복잡 다양해져서,
순수함을 순수함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때로는 작은 '이해'가 세상에서 가장 공들인 '교육'만큼 효과가 큰 법이다. 」 

세계 미인대회 우승자인 '최미나수'가 한 말과도 통한다.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도,
세상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능력'이라는 거다.

'공감을 하는 것'
결국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안에서 슬픈 내용을 접하면,
정말이지 그 슬픈 감정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TV, 영화는 시각적 지배가 강해서,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나면 진정이 되지만, 
책은 책을 읽으며 내가 내 머리 속에 만든 영상이라,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내 머리 속에 남아서 
그 슬픔이 오랫동안 계속된다. 
쉬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황석영의 '바리데기'가 그러하다.
2008년에  읽었던 책인데, 당시에도 엄청 울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역시나...
이게 실제가 아닌 가상의 소설인 것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기구한 운명이었던, 탈북여성의 수난사. 
그녀가 겪은 그 많은 수난과 고통들...
지금 감정으로는 책의 겉표지만 봐도 눈물이 난다.  
문제는
이런 격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책'임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지나면,
책 내용이 잘 생각이 안난다는 것이다. 
그냥, 슬픈 내용의 책이었지~ 정도 밖에...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인가? 싶은...ㅎ

감명 받거나 재밌었던 책들은
다음에 또 읽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소장하고 있는데, 
독서 속도가 느린 나로서는,
새로운 책 읽기도 버거운데, 
과연 읽었던 책을 향후에 또 읽을까? 싶은 거다. 
그리고 요즘은 도서관 책을 빌려서 읽는 경우가 많아서,
책 소장에 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 
울 집에서 나 아니면 읽을 사람도 없는데...
이 많은 책들 언제까지 갖고 있어야하나? 싶다.
결국, 다음에 이사갈 때, 아마도 많은 책을 버릴 것 같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5년 이상된 책은 도서관에 기증할 수 없다. 
누구는 당근마켓에 팔라고 하지만, 
그런 거 못하는 나라서...^^ 
또 누구는
우리나라 출판업계를 위해서 책을 사서 읽으라고 하더라. ^^
뭐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고, 
한 사람의 처지도 시간이 지나며 변하게 되니, 
본인의 현재 상황에 맞게 잘 처신하며 사는 게 맞는 거 같다.  
 
 

신경정신과 간호사인 친구 덕택에,
정신병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친구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지식과 사례들을 들으며, 세상만사 요지경을 알게 되는데... 
 
예전엔 몰라서 그냥 성격으로 간주하고 지나쳤을 것이 원래는 병이라는 것.
세상이 혼탁해져서 출현한 새로운 인간 군상들이 참 많다는 것. 
 
이런 저런 그쪽 세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세상에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더라.  
 
그러다보니, 그쪽 관련 책이 읽고 싶어졌다.   
너무 수준 높은? 진지한 책이 아닌, 그냥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이 책이 딱 맞는 수준이었다.  "위험한 심리학"
처음엔 뭔 뻔한 얘기? 했는데,
읽다보니, 학문적 접근도 있고, 좋았다.
병적이기 보다 케이스로 분류가 되어 
오히려 희망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서 마시는 카페라떼...
뻔한 하트 모양, 별 감흥 없었는데,
거의 다 마시고, 마지막 한모금을 들이키려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바닥에 깔려 있는, 
여전히 그 모양 그대로인  작은 하트~
와우, 이건 왠지 내게 특별히 주는 사랑의 표현 같았다. 
요즘 사랑이 많이 고팠나? ㅎ 
순간, 
그래, 신경 뭐시기든, 정신병 뭐시기든,
모두, 사랑 부족 때문에 생긴 거다.
남을 사랑하고, 또한 나 자신도 사랑하여라~ 
그러나 너무 과하지 않게...

빈센트 반 고흐...그는 천재일까? 광인일까? 
 
고흐의 초창기 그림을 보고, 어 ! 이게 정말 그의 작품이야?  

내가 아는 그의 그림과는 많이 다른데? 라는 호기심에서 시작...
결국, 그의 화집을 샀다. 370여점의 그림과 해설을 1년동안 읽고, 보았다.
하루에 한점씩...그렇게 1년...
그의 작품은 5개 시절로 분류해서 화풍이 조금씩 바뀌었는데...
워낙 많은 작품을 보다보니, 나중엔 작품을 보면, 먼저 어느시절의 것인지를 맞히나, 못 맞히나를 스스로 테스트하고 있더라는...ㅎㅎ
참으로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1881년부터 1890년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모두 879점이나 그렸다는게 말이 되나?
각 그림의  해설에서 알게된 그의 인간적인 부분은 너무 극적이다. 

좀 더 그를 알고 싶은 마음에 관련책을 찾았다. 


이 책이 바로 그것이다.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그의 후원자이자 동반자였던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가 668통. 
어머니, 여동생, 동료화가들에게 보낸 편지들도 있다.
그 편지글과 그림으로 엮어 만든 책.
그의 신념과 철학을 비롯,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천재도 광인도 아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하나하나 편지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내가 마치 수취인인 것처럼,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나기도 한다.
편지글로 된 작품은 이런 점이 좋다.
현재 내가 당하는 일 같은...
그래서 그 감정이 그대로 내게 와 닿는다.

 

"진정한 삶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이 예술적 삶조차도 나에게는 생생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배은망덕하고 분수를 모르는 것이지. " 
 
고흐의 편지 안에서.... 
 
자기의 삶이 진정한 삶도, 진정한 행복도 아니라며...
그래도 운명처럼 그 삶을 살아가는... 

근데,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이 나이 되고 보니, 나는 그러하다. 
젊었을 때는
진정한 삶, 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그냥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무탈하게 살아가는 게
지향이 되었다. 

 

고흐의 화집을 통해, 너무 많은 작품을 감상해서 였을까?
어느 순간, 그의 그림에서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초기 작품들이 
나에게 더 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누군가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것" 이라고 말해 주어라.
그림 그리는 일은 힘든 노동과 딱딱한 계산을 병행하는 일이다.
급하게 그린 그림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복잡한 계산을 많이 해둔 덕분이다.

 

답이 되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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